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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강요하기 보다 ‘호기심’ 자극해야③-끝

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 기획 시리즈 한식, 울타리 넓어진다① 타인종 셰프들이 보는 ‘팔리는 한식’은② ‘정통’ 강요하기 보다 ‘호기심’ 자극해야③-끝 애틀랜타 도심에서 과연 한식이 먹힐까. 애틀랜타의 식탁에 올려진 한식에는 무엇보다 ‘조심성’이 엿보인다. 한식 퓨전BBQ, 한식 컨셉트의 주점과 오이스터바 등 다양한 시도에는 저마다의 경험과 철학이 녹아있다. 미식가들과 모험적 입맛을 가진 푸디들(foodies)은 오래 전부터 도라빌이나 둘루스의 한인타운을 왕래했지만, 애틀랜타 대중의 입맛에 ‘코리안’을 처음 소개한 곳은 요리사 이지연씨가 운영하는 ‘에어룸 BBQ’였다. 이씨는 한식을 해체하고 재해석했다. 한 걸음씩 소비자의 입맛에 접목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얼마 전 한인 청년들앞에서 강연한 그는 “‘퓨전’(fusion)이라는 단어 자체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미국에서 팔리는 음식 중에 퓨전이 아닌 것 있으면 대보라고 하고싶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어 “코리안아메리칸 음식도 퓨전 중의 하나이다. ‘정통 요리는 어떤 맛일까’라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게 식문화 전파의 첫 걸음”이라고 덧붙였다. 애틀랜타의 ‘트렌디’한 지역을 골라 아시안 식당을 전문으로 운영하는 ‘코리안 와이브즈 호스피탤리티그룹’의 마이클 로 공동대표는 도심에서 한식의 상품성을 시험해본 뒤 둘루스 다운타운에서 오픈하는 한식 컨셉트 식당 ‘누나’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한식은 한인타운 밖에서도 매력 있고 충분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면서도 이미 미국 사람들에게 익숙한 오이스터 바 겸 스테이크 하우스에 한식의 양념과 반찬을 접목하는 그의 시도는 더없이 조심스럽다. 그는 팬아시안 식당이었던 디케이터 ‘마칸’에서 순두부, 비빔밥, 파전, 잡채 같은 보편적인 한식과 더불어 “순대와 간장게장 같은 음식도 시도해봤지만, 애틀랜타의 입맛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스트 애틀랜타의 한식 주점 ‘가자’의 타인종 주방 매니저 포레스트씨도 “우리가 애틀랜타 손님층의 표본이라고 볼 수 있다”며 “내가 이해하는 우리 가게 손님들의 입맛에 맞도록 한식 특유의 강한 맛과 향을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틀랜타를 먹은 여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30년 경력의 음식평론가 크리스티앙 라우더백도 한식에 대해 “점진적인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식 매니아’를 자처하는 그는 지금은 없어진 도라빌의 한식당들부터 스와니에 새로 문을 연 고깃집들까지 애틀랜타의 한인 식당들을 꿰고있다. 라우더백씨는 “보통 사람들은 한식에 이상한(weird) 재료가 들어간다거나 냄새가 난다고 생각하기 쉽다. 발효음식이 많은 것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중독적이지만, 처음 접하면 무섭게 느껴질 수 있다”며 “반드시 고객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 음식과 서비스 모두에서 비한인 고객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와 친절은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시리즈는 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으로 3회에 걸쳐 게재합니다. 조현범·박재현 기자

2017-09-29

타인종 셰프들이 보는 ‘팔리는 한식’은②

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 기획 시리즈 한식, 울타리 넓어진다① 타인종 셰프들이 보는 ‘팔리는 한식’은② ‘정통’ 강요하기 보다 ‘호기심’ 자극해야③-끝 애틀랜타 도심 식당가에서 새로운 트렌드로서 한식의 가능성이 주목 받고 있다. 한인이 아닌 타인종 요식업계 종사자들이 한식의 상품성을 높이 평가해 다양한 시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목하는 한식의 장점은 자극적이고 강한 맛, 그리고 전통 음식의 현대적 재해석이 용이한 유연함이다. 다음달 이스트 애틀랜타에서 개업 2주년을 맞는 한식 주점 ‘가자(Gaja)’의 주방 매니저 포레스트 씨는 15년 경력의 백인 셰프. 그는 도라빌과 둘루스의 한식당에서 한국 음식을 처음 접하고 배운 뒤 ‘가자’의 개업 멤버로 합류했다. 그는 “현대 한식은 중국, 일본과 서로 영향을 주고 받고 있으며, 또 주한 미군의 영향까지 더해져 중식이나 일식에 비해 모험적이고 유연한 매력이 있다. 그 유연함은 미국의 식문화와도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내가 한인이 아니라서 좀 더 유연한 접근이 가능한 것 같다”며 “우리는 일반 한식당보다 덜 익힌 김치를 내놓고, 한식 특유의 강한 맛과 향을 활용하되, 내가 이해하는 우리 가게 손님들의 입맛에 맞도록 조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개발이 한창인 둘루스 다운타운에서 오픈할 예정인 한식 컨셉트의 오이스터 바 ‘누나(Noona)’는 애틀랜타에서 가장 트렌디한 동네를 골라 아시안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코리안 와이브즈 호스피탤리티 그룹’(Korean Wives Hospitality Group)의 새로운 모험이다. 2014년 디케이터에 문을 연 팬아시안 식당 ‘마칸’을 시작으로, 크로그 스트리트 마켓의 대만식 찐빵집, 오크허스트의 중식당에 이어 네번째 식당이다. 공동 대표로 경영과 마케팅을 담당하는 마이클 로와 대표 요리사 조지 유는 중국계이지만, 마침 둘 다 한국계 부인을 두어서 회사 이름도 그렇게 지었다. 로 대표는 특히 정통 중식, 일식, 한식을 한 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팬아시안 식당을 표방했던 ‘마칸’이 한식의 상품성을 시험해볼 수 있는 좋은 실험장이었다고 말했다. 로 대표는 “마칸의 손님들은 대체로 교육수준이 높고, 재료의 원산지가 어느 나라인지, 음식에 유제품이나 글루텐이 들어있는지 세세히 확인할만큼 깐깐했지만, 절대 다수는 우리 식당에서 한식을 처음 접했다”며 “대체로 한식의 매운 맛과 발효된 깊은 맛에 대해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인도나 일부 중동 지역의 음식처럼 강렬하고 자극적인 외국 음식을 즐기는 ‘푸디(foodies)’들이 한식도 좋아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또 세대별로는 “맛이 강한 여러 나라의 음식을 접하고 자란 밀레니얼 세대의 반응이 좋고, 이들이 치폴레처럼 원하는 재료만 골라 먹는데 익숙하다는 점 때문에 다양한 반찬이 나오는 식사 형식에도 호감을 갖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순대와 육회, 간장게장 등 어렵다고 할 수 있는 요리들도 팔아봤는데, 반응이 신통치 않아 포기해야 했다”며 “피자와 스파게티로 이탈리아 음식에 입문하듯, 애틀랜타 사람들의 한식에 대한 수준은 아직 입문단계인 듯 하다”고 평가했다. 이 시리즈는 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으로 3회에 걸쳐 게재합니다. 조현범 기자

2017-09-28

한식, 울타리 넓어진다①

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 기획 시리즈 한식, 울타리 넓어진다① 타인종 셰프들이 보는 ‘팔리는 한식’은② ‘정통’ 강요하기 보다 ‘호기심’ 자극해야③-끝 호기심 많고 활동적인 젊은이들의 ‘도심 회귀’ 현상으로 애틀랜타 도심은 ‘맛집 르네상스’ 시대를 맞고 있지만 경쟁 또한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맛 경쟁에서 앞서가려는 셰프들 사이에서 한식이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맞집 전성시대와 함께 찾아온 또다른 현상은 ‘요리사 품귀’ 현상. 애틀랜타 벨트라인을 따라 지난 10여년동안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진행되면서 골목마다 식당과 주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셰프들은 귀한 몸이 됐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심의 낙후된 지역이 상가 또는 주거지역으로 활성화되면서 원래의 저소득층 거주자들은 다른 지역으로 쫓겨나는 현상을 가리킨다. 하지만 내달 개업 2주년을 맞는 이스트 애틀랜타 지역의 한식 주점 ‘가자(Gaja)’는 상황이 다르다. 친동생 2명과 함께 이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팀 송씨는 “많은 식당들이 요리사나 주방보조 직원들을 못 구해서 난리인데, 우리는 그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심지어 얼마동안 무급으로 일하며 한식을 배우고 싶다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이 업소의 주방에는 한인은 커녕 아시안 직원이 한 명도 없다. 개업 멤버인 주방 매니저 포레스트 씨는 “가자 식당이 문을 연 시점부터 2년사이 애틀랜타 요식업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어느새 믿기 어려울 만큼 한식이 주류로 잡았다”고 단언한다. “한식을 통해 새로운 맛의 공간을 개척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겼는데 이런 생각은 아시안 요리 셰프는 물론 정통 프랑스식 셰프에게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타인종 요리사들이 한국이나 한식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나 추억 때문이 아니라, 맛 그 자체와 브랜드로서의 상품성을 높이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요즘 애틀랜타 최고 부촌 중 한 곳인 인먼파크는 벨트라인을 따라 시작된 애틀랜타 젠트리피케이션의 ‘그라운드 제로’이다. 지난해 이곳에 문을 연 한식당 ‘차(Char) 코리안 BBQ’는 한인타운 고깃집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고개를 갸우뚱 할만한 높은 가격에도 불구, 매일 저녁 손님들로 북적인다. 이 식당의 리차드 탱 사장은 크로그 스트리트 마켓(Krog Street Market)의 유명 일식집 ‘크래프트 이자카야’의 주방장 출신이다. 중국계 미국인으로서 일식당에서 명성을 쌓은 다음 자신의 이름을 건 첫 도전으로 한식당을 선택했다. 그는 애틀랜타 저널(AJC)과의 인터뷰에서 “애틀랜타 도심에서 아메리칸 레스토랑 수준의 서비스와 음료 메뉴를 갖추고 정통 한식을 소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만 “너무 진지하거나 고집스런 모습은 피하고 싶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주상복합 형태로 재개발이 한창인 둘루스 다운타운에서도 한식 컨셉의 오이스터 바 ‘누나(Noona)’가 오는 11월 문을 열 예정이다. 마이클 로 공동대표는 2014년 디케이터에 문을 연 팬아시안식당 ‘마칸’으로 명성을 쌓고, 크로그 스트리트 마켓에서 대만식 찐빵집, 오크허스트에서 중식당을 여는 등 최고로 ‘트렌디’한 지역만을 선택해 아시안 식당을 운영해왔다. 이제 그 역시 새로운 프로젝트로 한식을 선택했다. 인구 유입이 급증하면서 어엿한 문화도시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는 애틀랜타에서는 이처럼 요식업계 최일선에서 한식의 울타리가 확장돼가고 있다. 한식이 더 이상은 한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식 세계화’에 대한 한인들의 시각도 진화하고 있다. 미동남부한식세계화협의회는 다음달 6일 던우디의 한 고급 호텔에서 지역 정재계 인사들에게 고급 한식을 대접하는 ‘모던 코리안 갈라’ 행사를 개최한다. 협의회는 바로 이 갈라 행사에 지역 요리학교 학생들을 초청할 계획이다. 손동철 회장은 “가능하다면 이들 학생들이 한국에서 초청된 유명 한식 요리사를 도와 작업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하려고 한다”며 “애틀랜타도 이제 요리사들 대부분은 한식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 한국 정부가 이들을 대상으로 효과적인 교육 사업을 펼친다면 한식 홍보의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시리즈는 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으로 3회에 걸쳐 게재합니다. 조현범 기자

2017-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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